여행2013. 11. 28. 22:57

2013/9/24 @taipei


여행을 가기 전에, 여행 도중에. "한국 가면 ~ 해야지" 하는 다짐을 으레 하게 된다. 여행에서 잘 놀고, 열심히 일 해야지, 이번에 잘 놀고, 꼭 영어 자격증을 따서 이렇게 저렇게 발전시켜야지. 나도 정확히 대만에서 LA로 가는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운전 연습을 잘 해서 에어비엔비에 다른 관광 서비스를 결합시켜야지, 남미에서 이런 저런 사업 아이템을 배워서 꼭 적용해 봐야지 하는 생각. 그런데 문득, 내가 여행에서 이뤄가야 할 것만 해도 산더미만큼 쌓여서 이것들을 구체화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왜 벌써부터 여행이 끝난 뒤의 생각부터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내식을 다 먹고 나니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한국에서의 계획을 생각하면서, 잠시 지금 당장 내 눈 앞에 닥친 구체적인 계획들을 잠시나마 잊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앞으로 이곳에서 해야할 모든 일들은 막연한 '계획' 단계에서 구체적인 '현실' 단계가 되었다. 나처럼 면밀하게 계획을 짜지 않고 일단 부딪치고 보는 성격에겐, 실행 단계가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부담스럽고 힘들 것인데. 그 무거운 실행의 단계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직 책 내용의 뼈대도 구성하지 못했고 퇴사하고 여지껏 한 것이라곤 청소랑 돈 계산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이 훅 가버렸다. 정말 '훅~' 가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만일 이 시간들이 지나버렸다면 다신 회복이 안 될텐데. 지금이나마 내가 가진 리소스를 적극 동원해서, 계획한 것의 70%라도 하나씩 실천해 나갈 수 있다면, 30%는 운이 도와주겠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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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개꾸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