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3. 11. 28. 23:59

마추픽추. 일명 잉카의 비밀스런 공중도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마추픽추가 페루에 있는지 아프리카에 있는지, 마야 문명인지 잉카 문명인지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이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런데 마추픽추가 세상에 알려진 건 100년 정도 밖에 안됐다. 


발견한 사람은 페루 현지인이 아닌 예일대의 한 미국인 고고학자였다. 어쨌거나 그 '발견' 덕분에 마추픽추는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안데스 산꼭대기에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을과 요새를 만들었다는 사실, 마추픽추를 둘러싼 두 산 봉우리 사이로 흐르는 우르밤바 강의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안개의 신비함은 굳이 페루까지 가서 실제로 땅을 밟아 보러 갈 만한 가치를 갖게 한다.


그래도 이 마추픽추로 가기 위한 모든 여정에는 관광객을 봉으로 보는 외국 자본과 페루 관광청의 얄미운 속내가 있다. 


일단 마추픽추는 스페인이 정복할 때에도 발견되지 않았을 만큼 첩첩 산중에 숨겨져 있다. 그런 곳을 인근 도시인 쿠스코에서 가려면 차량으로 이동해도 6시간이 걸린다. 6시간이면 마추픽추를 간다는 건 아니고, 버스가 가는 길의 마지막인 히드로 일렉트리카까지가 그렇다. 히드로 일렉트리카부턴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러면 마추픽추로 가는 기차를 운행하는 두 회사, '잉카 레일' 혹은 '페루 레일'을 타야 한다. 재밌는 건 이 두 회사 모두 영국 민영회사라는 것이다. 20분 정도 기차를 타는 데에 20달러다.


혹은 기찻길을 따라 트레킹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날이 어둑해지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기찻길을 따라 걷는 거지만 가로등이 없다. 어두컴컴한 길을 따라 마추픽추에서 가장 근접한 마을인 아구아스 칼리엔테까지 가야 한다. 거기까지 가면 다시 또 기찻길이 끊긴다. 거기부턴 버스를 타야 한다. 이 버스도 한 회사가 독점 운영하고 있다. 20분 타는데 9.5달러, 걸어가면 험준한 오르막길을 2시간 반동안 걸어야 한다. 마추픽추 입장권을 파는 곳 근처 매점엔 생수 한 병이 우리돈으로 3,000원이다. 200원에 빵을 사먹을 수 있는 페루 물가를 생각하면 관광객을 봉으로 보는 값이라 할 수 있다..


페루에게 관광 산업은 미네랄, 석유 등의 광업 다음으로 큰 수입원이다. 한해에만 40억을 관광으로 벌어들인다. 그 중 절반인 20억이 마추픽추로 버는 돈이다. 쿠스코의 중심가인 아르마스 광장은 이미 쿠스코 사람들의 것이 아니다. 아르마스 광장의 지도를 펼쳐 놓고 여행사들을 세어 보면 가게의 1/3의 여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외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수퍼, 호스텔, 스타벅스(물론 나도 스타벅스 잘 이용했지만 ㅋ), 알파카가 유명해서 알파카 제품 가게, 잉카 느낌을 잘 사린 페루 선물 샵 등이다. 


마추픽추는 좋았지만, 마추픽추로 가게 되는 모든 관문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지불해야 하는 돈은 한 사람당 최소 13만원 이상이다. 쿠스코 역시 예쁜 야경과 마추픽추의 비밀에 심취해 낭만을 느낄 수는 있는 도시지만, 잉카의 심장이라든지 그런 느낌은 전혀 없는 곳이다. 진지한 표정의 유럽 관광객, 배낭 메고 놀러온 노부부, 그리고 그들에게 구걸하는 수많은 삐끼들이 있는 곳이다.


Posted by 물개꾸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