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 내 돈2014. 11. 4. 14:54

오늘날의 서민도 여전히 형편없는 빵으로 연명한다. 학자들은 이제 '식품 사막'을 이야기한다. 신선한 시금치는 사라지고 온통 가공 식품만 남은 도시의 가난한 동네를 일컫는 말이다. 산업 국가에서 가공되지 않은 신선한 식품은 사치품이다. 고소득 가구는 신선한 고기와 청과물을 사는 데 전체 식료품비의 약 12퍼센트를 쓴다. 신선 식품 섭취량은 저소득 가구보다 두 배 많다. 저소득 가구는 식료품비의 오직 7퍼센트만을 생 닭고기나 순무 같은 건강한 식재료를 사는 데 쓴다. 가난한 동네에서 신선 식품은 더 비싸다. (절대 가격과 비례 가격이 모두 다 비싸다) 가게 선반에서 신선 식품을 찾기도 더 어렵다. 식용색소 황색 5호와 인산나트륨, 공장 과자가 승리한 데에는 지역의 교육 수준 역시 일조를 했다. 

- 에번 D.G. 프레이저, 음식의 제국 - 


THE NEW GLUTTONY AND TOMORROW'S MENU


이제 탐식가란 밀크셰이크를 후루룩 흡입하는 사람이 아니다. 새로운 탐식가는 한 자리에서 차가운 햄 1파운드를 먹으려 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이 흑돼지로 만든 최고급 하몽 햄인 파타 네그라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역사의 추는 흔들린다. 식품 문화도, 생산 방법과 유통 과정도, 식품 제국도 변모하고 있다. '로커보어locavore'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만을 먹는 사람을 뜻한다. 


지구온난화는 결국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부자들은 식품 가격이 실질인상분 기준으로 현재보다 80퍼센트까지 올라도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우리 모두는 기후 변화가 재앙을 불러올 거라는 말에 익숙하다. 하지만 그 재앙을 쌀 한 바가지 같은 구체적 형태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역사의 추는 풍요의 궤적을 지나왔다. 하지만 이것은 느려지고 정지하여, 이벙네는 반대 방향으로 떨어지며 결핍의 궤적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추가 끝에 도달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역사의 추가 방향을 바꾸기까지는 아마도 또 다른 10년이나 한 세대가 걸릴지 모른다. 


인간의 어떤 첨단 기술로도 흙과 씨앗, 물과 햇볕이라는 농업의 한계를 떨칠 수는 없다. 인간은 그것을 흉내낼 뿐이다. 온실을 만들고 DNA로 장난을 칠 수는 있다. 인간이 땅을 다루는 방식을 바꾸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가공식품 마케팅은 한결 더 근사해져서 우리는 화려한 토마토와 뜨거운 치즈가 흐르는 타코 샐러드의 이미지를 소비할 것이다. 하지만 전부 쇼트닝과 액상과당으로 제조한 쓰레기 식품이다. 식품 제국이 위태롭다고 해서 처음부터 기근이 닥치는 건 아니다. 일단, 칼로리 높고 영양가 낮은 식품이 값싸게 공급된다. 감미료와 마케팅으로 값싼 음식이 건강하지도 않고 맛도 없다는 사실은 은폐될 것이다. 식품 제국은 그렇게 폭삭 주저앉을 것이다.



Posted by 물개꾸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