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 내 돈2014. 11. 3. 22:22


1. 

20년간 세탁소로만 쓰였다는 공간을 어디서부터 식당으로 개조해야 할지 막막했다.. 세탁소로 쓰였으니 가스도 안들어오고, 상수도 하수도도 없고, 전기도 새로 설치해야 하고, 게다가 식당으로 쓰려면 덕트와 환풍시설까지 갖춰야 하니. 상수도마저도 땅속에서 나오는 줄 처음 알았다(하긴 그럼 공중에서 나오겠어 ㅎㅎ) 건물 뒷편에 폐쇄된 화장실, 혹은 내 옆방에서 수도를 '끌어와'서 써야 하는데 그 업자들이 말하는 '끌어온다'는 표현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 수도관까지 땅을 파서 새로운 관을 연결해서 그 새 관을 내가 씽크대로 쓸 곳까지 연결시킨다는 말이었다. 가스 역시도, 도시가스공사에 전화를 해 이 건물까지 가스가 들어오는 지 보고, 안들어오면 공사를 요청해야하고, 공사비용이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기본 300만원은 든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부터... (ㅎㅎㅎ;) 인테리어에 비용 1천만원 잡았는데 가스 공사비용으로 1/3을 날려먹게 생김.. 물론 업자에게 전화해서, 와 달라고 해서, 만나서 가스 배관을 본 다음, 그런 다음 견적을 받아야 얼마를 쓰게 될 지 확실히 알게 되겠지만. 전기는 정해진 용량만큼 설치를 하는데(가스도, 물도 마찬가지) 이건 옆의 카페와 나눠 쓰란다. 나눠 써서 될까? 여름에 에어컨 많이 틀면 갑자기 전기 훅 나가는 거 아닌가? 하는 별스런 생각이 다 들었으나 그건 그 때 가서 걱정하기로. 


2. 

공사 비용을 아끼려면 모든 재료를 내가 직접 구매를 하고 현장까지 배송까지 시킨 후, 그런 뒤 레이아웃과 각종 기구, 가구들의 사이즈까지 정해진 후 목수나 전기공 등등을 불러서 '인건비'만 주게 해야 한다. 모호하게 인테리어업자에게 '음 이런 느낌도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하면 인테리어 업자들은 일단 다 된다 다 된다 하고 재료 자기맘대로 고르고 비용 부풀리고, 공사도 막 이틀 걸릴 게 사흘 걸리고 이렇게 되기 십상... 비용적으로나 공사 일정으로나 업자들에게 주도권을 뺏기게 된다. 최대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각종 기구들의 재료와 만드는 방법 등등을 이해하고, 시장에 가서 직접 재료를 눈으로 보고, 인터넷에서까지 가격을 비교한 뒤 자신이 필요한 사이즈에 맞게,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곳을 찾아 배송을 시켜 재료를 미리 준비해 놓으면 된다. 가구를 짜야 한다면 안에 구조를 짤때 쓰이는 재료 및 바깥부분의 재료, 방수가 필요한지 아닌지에 따라 목재가 쓰일 수도 있고 벽돌을 써야할 수도 있고, 등등등. 집성목(지름이 작은 나무조각들을 한데 모아 압축한 재료)이 패턴도 세련되고 저렴하나 손님들이 재료를 보는 안목이 있는 경우 원목(원래 지름이 큰 나무)을 쓰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이런 점들 및 가격을 고려하여 재료를 고르고, 자신이 짜야할 가구의 사이즈와 필요한 양(판매 단위가 다 다르다)을 계산한 뒤 약간 넉넉하게 주문하면 된다. 


3. 

건물주분이 전화가 와서는 '아가씨들 출입구 유리문도 프레임은 안바꾸고 유리만 바꾼다면서요? 아니 나는 뭐 아가씨들이 어떻게 해도 상관없는데 걱정이 돼서...' 

걱정되는 마음 나도 안다. 이분 진심으로 우리가 잘됐으면 해서 하시는 말씀이다. 일단 프레임을 짜는 것 역시 프레임의 원료를 가져 와서 재단하고 톱으로 자르는 인력 작업이기 때문에 비용이 비싸다. 물론 재료만으로 치면 강화유리가 더 비싸지만... 현재 프레임에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 오래된 느낌만 페인트칠로 덮고 그대로 살리는 것도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이건 일단 견적을 받아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4.

차고쪽 벽에 실리콘으로 어중간하게 붙여진 유리는 막아버리기로 했다. 프레임을 새로 짜고 유리를 새로 넣어 살릴까 했지만, 일단은 오픈 비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했다. 그 비용이라면 차라리 좋은 재료를 써서 좋은 메뉴에 집중하자는 생각이었다. 자기 카페나 식당을 처음 오픈할 때, 마치 첫 자취방을 꾸미는 그런 마음으로 설렘 가득 안고 인테리어를 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도 있지만... 우리는 시간이 많이 없다. 체력도 한정돼 있다. 에너지와 열정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세 가지 키워드 - 브랜드 레시피 시스템 - 에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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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개꾸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