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글2013. 11. 28. 23:50


사람들은 연예인이나 정치인에게 윤리적인 판단과 행동을 기대한다. 그래서 연예인과 정치인들은 기부를 하거나 자선 행사 같은 데에 모습을 나타내 사진을 찍거나 이름을 올리거나, 간혹 진짜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물론 정말 순수한 의도로 자선이나 봉사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극히 적은 비율이라고 생각하고... 대부분은 이런 활동을 투자라고 생각하고 의식적으로 할 것이다. 투자란 인풋을 넣어 인풋 이상의 아웃풋을 기대하는 액션이다. 즉 자선과 봉사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 대비, 이 활동이 알려졌을 때 돌아오게 되는 긍정적이고 선한 이미지를 기대하고 의도적으로 한 행동이란 것이다. 그것이 순수한 의도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사회에 좋은 일을 한 것이면 그걸로 됐다.


문득, 군대를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선택해 그렇게나 사랑받던 한국 사회에서 한순간에 외면받았던 가수 유승준이 생각났다. 나는 유승준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유승준의 선택은 후폭풍의 크기를 미리 가늠치 못했던 기획사와 유승준의 계산 착오이지, 사람의 도리나 선함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기획사는 유승준의 '건강하고 선한 청년'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해서 인기를 끌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유승준 역시 기획사의 그런 의도에 공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그러나 군대 문제는 유승준에 투자하고 수익을 이끌어내야 하는 기획사의 비즈니스적 의도와는 독립적인 문제다. 그것은 연예인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가려면 피할 수 없는 유승준 개인의 의무와 관련된 문제였다. 이 두 문제의 아귀를 정확히 맞추지 못한 기획사의 잘못된 판단이, 인풋 대비 아웃풋에 있어서 엄청난 손실을 줬다. 결국 스티븡 유는 그렇게 비난을 받으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모든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이 대중에게 인간적인 실망감을 안겨주는 실수는 계산 착오이지 도리나 선함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정치인과 어느 연예인이 오로지 순수하고 선한 의도만으로 기자들을 대동하는 대외 활동을 할까? 대외 활동은 정치인이나 연예인 혼자 판단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하는 거의 모든 행동에는 언제나 그들의 언행과 이미지를 설정하고 뒤를 봐 주는 정당과 기획사가 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의 페르소나를 쓰고 말과 행동을 늘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순수하고 선한 의도의 행동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그러니 대중에게 보여질 수밖에 없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같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실제 인격과 같은 페르소나를 쓰고 대중 앞에 나타날 거라는 기대를 하면 안된다. 그런 기대를 하면서 그 사람들의 작은 행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하고 화내고 비난할 시간에 롤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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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개꾸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