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글2012. 8. 26. 00:12



인텔리... 인텔리 중에도 아무런 손끝의 기술이 없어 대학이나 전문학교의 졸업증서 한 장을, 또는 그 조그마한 보통 상식을 가진 직업 없는 인텔리... 해마다 천여 명씩 늘어가는 인텔리... 뱀을 본 것은 이들 인텔리다.


- 채만식 <레디메이드 인생>



주문생산된 P가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수요와 공급이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만 굴러가는 자본주의에서 어느날 갑자기 대량생산된 레디메이드 인생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일제는 그렇게 레디메이드 인생들을 양산해 냈다.



1930년대는 개화 이후 교육열이 한창 물오른 시기였다. 일제가 1920년대에 통치 방법을 문화통치로 전환하면서서 학교가 많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상급학교 진학률은 급증했고 이로 인해 지식인 계층이 많이 양산되었다. 그러나 산업 기반은 여전히 낙후했기 때문에 고학력자들이 일할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다. 주인공 P 역시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 계층이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빈곤하게 살아가고 있다. 레디메이드란 이름 처럼, 실업자인 주인공 P는 자신을 정해진 틀에 따라 대량생산되어 팔리기만을 기다리는 기성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언론은 언제나 '유례 없는', '최악의'와 같은 자극적인 수사들을 사용해서 유사이래 지금이 가장 어려운 것처럼 독자들을 낚지만. 청년 실업은 어느 사회에나 고질적인 문제인 것 같다. 아마 우리나라가 1970-90년대에 유래없는 고성장을 겪어서, 당장 가까운 과거에 실업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절만 있었기에 지금을 더욱 어렵게 여기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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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개꾸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