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글2016. 1. 15. 16:12

나는
 
1.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공부만 할 때
2. 친구랑 시시콜콜한 얘기하며 여기저기 다닐 때
3. 재밌는 사람과 있을 때가 제일 좋다.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고 있다.
그리고 많이 변했다.
 
1. '변절'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지나치게 친절하
   지 않고
2.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최면을 걸지 않으려 노력
   하며
3. 맑고 순수해서 좋다는 것이 뭔지 깨달아 가고 있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어른스럽기 컴플렉스'라도 가지고 있었던지, 항상 어른스러워야 하고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이 나를 남과 비교하며 괴롭게 만들어 왔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나보다 어른스러운 사람이 있으면 경쟁의식이 생기면서 참을 수가 없었고, 결국 남을 인정하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던 것 같다.
난 내가 항상 '오픈 마인드'라고 생각했지만, 매번 먹는 것 외엔 잘 먹지 않는, 매번 가는 곳 외엔 잘 가지 않고, 매번 듣던 음악, 보던 드라마만 돌려보는, 전형적으로 틀에 갇혀 살던 사람였음을 알았다.
난 그것이 항상 '내 스타일'이라며 방어해왔지만, 결국 나만 손해였다.
 
'얼리 어답터'나 전시회, 공연같은 데에 자주 가는 남자친구를 둔 적이 없었다. 내 남자친구들은 거의 항상 공대생였는데, '문화생활'에 익숙치 않은 나에게 문화생활의 주도권을 의존하던, 나보다 더 심한 사람들이었다. 그 때엔 그게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 아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와서 돌아보니, 당장에 능력이 없더라도 차라리 음악하는 사람, 미술하는 사람이라도 만날걸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얼마나 제한된 틀 속에서 쳇바퀴 굴리듯 살아왔는 지를,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생물학, 경영학, 건축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양을 듣는다. <한겨레>만 보다가 <동아일보>도 같이 받아보고, 내일은 시립미술관에서 하는 <앤디워홀>展에 처음으로 내 돈 주고 가기로 했다. 올해 안에는 꼭 대학로에서 하는 연극을 볼 것이고, 뮤지컬도 한 편 볼 것이다. 多讀할 것이고, 스키도 열심히 타러 갈 것이고, 친구도 많이 사귈 것이다.



2010년 3월 2일 일기.

Posted by 물개꾸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