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글2012. 8. 12. 15:10

 

20대 중반에게

'개념있는 것'이나, 자신만의 정치적 견해, 고유한 가치... 이런 것들을 물어보는 건 조금 늦은 질문이다.

사실 이런 게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 없으면 이상한 거다.

외려 20대 중반 쯤 되면 필요한 것은 강력한 자기 주장보다는 유연한 사고이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자신만의 특정한 경험을 통해 그런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밀어부치지 말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주변에 어른스럽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많아야 한다.

주변 사람들 중에서 '언제나 내가 최고'라는 생각만 갖게 되는 환경 속에 있으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흘려 듣고 무시하는 게 습관이 된다.

 

항상 자신만 옳은 사람을 보면, 그사람 주변에 얼마나 우러러 보고 배울 사람이 없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주변에 훌륭한 사람도 없을 뿐더러, 자신의 생각이 옳은 것인지 스스로 되돌아보고 반성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친구들과만 어울리며, 그 친구들과 함께 자신의 좁은 시야의 경계선을 진하게 긋는 일만 되풀이한다.

 

예컨데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대해 자신이 충분하다 싶을 만큼 공부하지 않고 무턱대고 사회주의를 추종한다거나,

복지 혜택을 받을 필요가 없는 환경에 태어난 사람이, 사람을 방만하게 하는 복지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

모두 자기 중심적 생각이다.

 

 

나도 20대지만

20대는 아직 나이브하다.

세상에 대해 어설프게 알고

그 어설픈 지식으로 강력한 자기 주장을 갖게 되고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20대 때

이런 자신이 나이브하다거나, 너무 세상에 대해 비판적이라거나, 아집과 고정관념이 세다거나 하는 반성이 없다면

그리고 주변에 그런 고정관념을 바로잡아 줄 사람조차 없다면

30대가 돼서도, 40대가 돼서도 그런 고정관념과 아집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시야가 좁아지고, 고정관념이 내 모든 생각을 지배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깨달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20대 중반이 돼도, 후반이 돼도 계속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진심으로 이해해 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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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개꾸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