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외로움을 뼛속깊이 느끼기도 오랜만이다
오히려 연락하는 사람은 예전보다 더 많아졌는데
근본적인 고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의..뭐 그런 비슷한 걸 느끼며 살고 있다
처음엔 이 익숙하지 않은 외로움이 힘들었다
내가 속상하거나 고민하는 일이 생기면
가까운 사람에게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그 마음을 풀어버리곤 했는데
이젠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도 쉽게 이래저래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생기면서
말로 풀어버리는 게 얼마나 생각의 순수함을 해치고
올바른 판단에서 이것 저것을 많이 흐려버리는 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말로만 이래저래 할 것보단
책임을 지고 결과물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서
이젠 진짜 '나만의 세계'가 생겨버렸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누굴 만나도 이야기할 수 없는 이슈이지만
나에겐 깨어있는 시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슈를
마음 속에만 둔 채 다른 이야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좀 지나고 나니
저녁이 아무리 외롭고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도
내가 이 생각을 혼자서 좀 더 발전시키고 정리하지 않으면
다음날 얼마나 또 힘들어지는지를 깨달으면서
'진짜 누군가 필요한 순간'과 '누군가와 있고싶지만 그래도 혼자 있어야 할 시간'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누구나, 언제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즐겁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이 결국 내가 가진 문제들을 일시적으로 가려버리는 것이라면
문제 해결은 더욱 더뎌지고, 그 잠깐의 일탈로 잃어버리는 게 더 많게 된다
당장 나는 이번 월요일에 과외를 그만두고
뭔가 해야할 것이 없는 평일 저녁이 얼마나 허전하고,
그러면서도 이 시간들이 얼마나 많은 걸 할 수 있었던 시간인지 깨닫게 됐다.
이 아까운 저녁 때를 과외비와 바꿨다는 걸 생각하면
앞으로 내가 그 과외 시간들을 채워 넣기 위해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지.
그러나
더 늦지 않은 시점에
더 큰 절박함을 위해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하나 둘씩 놓는 변화를 통해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이라면
앞으로 남은 20대를 계속 뛰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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