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글2012. 11. 21. 19:17


요즘처럼 외로움을 뼛속깊이 느끼기도 오랜만이다

오히려 연락하는 사람은 예전보다 더 많아졌는데

근본적인 고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의..뭐 그런 비슷한 걸 느끼며 살고 있다


처음엔 이 익숙하지 않은 외로움이 힘들었다

내가 속상하거나 고민하는 일이 생기면

가까운 사람에게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그 마음을 풀어버리곤 했는데


이젠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도 쉽게 이래저래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생기면서

말로 풀어버리는 게 얼마나 생각의 순수함을 해치고

올바른 판단에서 이것 저것을 많이 흐려버리는 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말로만 이래저래 할 것보단

책임을 지고 결과물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서

이젠 진짜 '나만의 세계'가 생겨버렸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누굴 만나도 이야기할 수 없는 이슈이지만

나에겐 깨어있는 시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슈를

마음 속에만 둔 채 다른 이야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좀 지나고 나니

저녁이 아무리 외롭고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도

내가 이 생각을 혼자서 좀 더 발전시키고 정리하지 않으면

다음날 얼마나 또 힘들어지는지를 깨달으면서


'진짜 누군가 필요한 순간'과 '누군가와 있고싶지만 그래도 혼자 있어야 할 시간'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누구나, 언제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즐겁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이 결국 내가 가진 문제들을 일시적으로 가려버리는 것이라면

문제 해결은 더욱 더뎌지고, 그 잠깐의 일탈로 잃어버리는 게 더 많게 된다



당장 나는 이번 월요일에 과외를 그만두고

뭔가 해야할 것이 없는 평일 저녁이 얼마나 허전하고, 

그러면서도 이 시간들이 얼마나 많은 걸 할 수 있었던 시간인지 깨닫게 됐다.

이 아까운 저녁 때를 과외비와 바꿨다는 걸 생각하면

앞으로 내가 그 과외 시간들을 채워 넣기 위해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지.



그러나 

더 늦지 않은 시점에

더 큰 절박함을 위해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하나 둘씩 놓는 변화를 통해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이라면

앞으로 남은 20대를 계속 뛰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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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개꾸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