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세계&돈2012. 7. 31. 00:05

 

 

반정부 괴담의 연장선

 

인터넷과 SNS엔 괴담이 너무 많다.

종편 3사 출범 1~2년 전부터 온갖 확대해석이 난무했는데 모두 근거없는 괴담으로 끝났다. 종편 지분을 대기업이 쓸어가서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은 곧 대기업의 하수가 될거다, TV수신료 폭등한다는 걱정들. 그러나 이런 낭설들은 있을 수 있는 여러 가능성 중 하나였고, 아주 극단적으로 상황이 흘러갔을 때에 일어날 수 있는 기우일 뿐이었다. 지금 그런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고 일부 종편 방송국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편 출범 초기에 종편을 준비하는 언론사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무리한 영업을 한 건 사실이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어느 기업도 선뜻 나서서 종편에 투자하지 못할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 땐 최대 200만명이 사망할 거라는 괴담이 난무했고, 작년까지만 해도 한미 FTA가 체결되면 가난한 사람은 병원 못가서 다 죽는다는 식의 괴담이 사실처럼 떠돌았다.

 

이번 인천공항 매각에서도 공항이용료가 폭발적으로 상승해 서민들만 힘들어질거란 괴담이 돈다. 물론 아주 극단적인 경우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일은 인천공항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한다고해서 무조건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정부가 매각 후 전혀 손쓰지 않고, 경영진도 공항이용료를 올리는 것에 대한 합리적 이유같은 것엔 전혀 관심이 없으며, 그들이 각종 언론과 외신의 보도 및 공항을 평가하는 외부의 시선을 모두 무시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독과점하는 기업이라도 가격은 구매자의 눈치를 봐 가면서 올리지 갑자기 수십 배씩 올리진 않는다. 가끔 사람들이 영국이나 그리스 공항을 사례로 들면서 민영화 후 바로 공항이용료가 엄청 오를 것처럼 걱정하는데 그런 공항들은 지분을 민간에 100% 매각한 곳들이니 인천공항과는 비교 불가다. 인천공항은 지분의 51%를 정부가 가지고, 49%를 민간에 파는 형태로 민영화가 추진된다. 그런 점에서는 '인천공항 매각'이나 '민영화'같은 표현도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왜곡된 수사라고 할 수 있겠다. 정확히는 '인천공항 지분 일부 매각'이라고 해야 한다.

 

 

 

더 큰 성장을 위한 도약을 왜 막는가

 

이득되는 알짜기업을 왜 파냐는 의견도 많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영업이익 7300억원, 순이익 3400억원에 총자산 7초 6300억원으로 수익이 높고 건강한 기업이다. 그래서 시민단체는 이런 고수익 수업을 정부가 갖고 있어야 하고,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윤이 많이 난다는 것은 매각의 이유가 안되는 것이기도 하면서, 반대로 매각의 합리적인 이유가 되는 것이다. 인천공항 지분 일부 매각의 가장 큰 동기는 인청공항의 지속적인 성장이다. 지금까지 이윤 잘 내온 회사를 왜 갑자기 민간에 주느냐가 아니라, 지금까지 이윤을 잘 내온 회사이고 서비스 부문에서 7년 연속 1위를 할 만큼 가능성 있는 회사이니 계속 키워줘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인천공항은 최고가 아니다. 더 성장해야 한다. 7년동안 1위를 차지한 건 서비스 부문이지, 환승률이나 취항 항공사 수에선 다른 경쟁 공항에 뒤진다. (인천공항 취항 항공사 65개, 우리랑 비슷한 동아시아의 홍콩과 베이징 항공이 60대 후반에서 70개 정도 항공사가 취항, 유럽의 허브 공항인 암스테르담 스키폴은 110여개 이상) 인천공항에 대한 국내 승객의 수요는 정해져 있다. 그래서 내국인 수요 확대를 꽤하긴 어렵고, 외국인을 끌어들여야 한다. 이에는 항공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인천공항이 해외 공항이나 항공사에 지분을 매각하면 같은 노선이라도 도쿄나 베이징, 상하이를 대신해 인천을 중간 경유지로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서비스가 아닌 다른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공항의 공공성 훼손이라고?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공항의 공공성이 훼손된다고 하는데, 나는 묻고 싶다. 도대체 공항의 공공성이 뭔가?

공항의 공공성은 지금도 없다. 공항 안에 있는 모든 시설이 비싸다. 그런데 그건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외국의 어딜 가도 공항 안에서 밥을 먹거나 쉬거나 약이라도 한 첩 사려고 하면 시내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 공항이기 때문이다. 공항은 내국인만큼이나 외국인이 오가는 것이고, 어느 나라건 외국인이 많이 왔으면 하는 이유는 그들이 여기서 돈을 쓰고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인에게 비싼 값을 받는 것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바가지이지만, 공항에 입점한 업체와 그 업체들의 임대료 및 세금을 받는 정부 입장에서는 이익인 것이다.

 

그리고 공공성의 범위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공항 이용료나 공항 내 시설을 이용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저렴한 것이 공공성이라면 그 공공성이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에게까지 적용돼야 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내국인의 세금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가격을 달리 받는 것도 불합리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공공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공항 내 임대료를 낮춰서 전체적인 가격을 낮추고 공항의 수익을 좀 양보해서 결국 나라의 수입을 낮추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 인천공항 지분 일부 매각의 괴담을 만든 사람들은 그 '공공성'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인지(즉 지금 계속 정부가 가지고 있는다고 해서 지킬 수 있는 것인지), '공공성'이라는 수사가 애매모호한 수사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물어보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부족한 것은 소통과 합의의 과정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타당성은 충분해 보인다. 다만 소통이 부족했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없었던 것이 아쉽다. 기획재정부와 정부가 잘못한 것은, 경실련이 공개 질의서를 제출했고 답변 기한을 7월 11로 잡았지만 기한 내에 기재부가 답변서를 보내지 않은 것이다.

"외국인 지분 최대 30%까지만 허용, 내국 항공사 지분은 최대 6%. 경영권을 정부가 갖고 있으면서 공항 확장을 위한 신규 투자자금을 주식을 팔아 조달하겠다는 것. 활주로, 관제탑, 공항청사 등 인천국제공항의 핵심 시설까지 매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이 아니라는 것." 이런 사실들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알려야 했다.

 

나머지는 '잘했다 잘못했다'로 판단할 수 없는 '선택'의 문제다. 지분 매각이 합리적인 측면도 있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타당한 근거가 있다. 매각하지 않고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과 매각을 해서 성장 가능성과 리스크를 떠아는 것 가운데 현 정부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여론이 좋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도 강행한 선택일 거다. 예상대로 여론은 들끓었고 사람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SNS에 퍼뜨렸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게 퍼진 괴담으로 인해 소통의 통로가 뚫리긴커녕 더 막혀버렸다. 자신의 개인적 생각이 대의를 대변하는 것처럼 주장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널리 퍼뜨리는 사람들은 인천공항 지분 매각에 대해 사람들이 스스로 어떤게 더 나은지 판단할 기회를 뺏어버린 것이다. 

 

 

 

투자에 대한 이해 필요

 

우리나라에는 아직 투자라는 개념에 대해 인색하다. 투자 규모는 엄청난데 당장 가시적인 수익이 안나고, 성과가 100%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 리스크도 있으며, 무엇보다 투자로 인한 손실이 당장 자신에게 세금폭탄이나 서비스 미흡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에 꺼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는 한치 앞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투자로 인한 성과가 지금 당장 국민에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필요한 것은 투자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인 인식이며, 이런 인식을 심어주려는 정책당국의 노력이다. 투자를 추진하는 주체조차도 그 불확실성을 해결하지 못한 채로 밀어부친다. 그러나 투자가 없으면 성장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문제는 투자 행위 자체가 아니고, 그 투자를 추진한 주체가 최선을 다하느냐이다.

 

 

 


 

PS. 흑자를 내는 기업을 팔고 적자를 내는 기업을 사들이는 것을 혈세 낭비로만 보는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같은 공기업을 왜 정부가 민간에 팔아 버리면 전기세는 미친 듯이 뛴다. 한전 민영화는 인천공항공사 지분 매각과 비교가 불가능하다. 한국전력은 최근 몇 년간 계속 적자였기 때문에 회사를 떠안는 민간은 그 부채를 안고 시작하는 건데, 민간에서는 서민 경제를 신경쓸 이유가 없기 때문에 부채를 없애고 수익을 빨리 내기 위해 전기세를 최대한 올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전은 계속 정부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매년 적자를 내는 것을 알면서도, 전기세를 올리면 물가가 뛰고 서민 경제가 당장 위협받기 때문에 한전을 끌어 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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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개꾸엉